【칼럼】처서,여름 더위 그치고 선선한 가을이 성큼

기사입력 2019.08.2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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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전령사 코스모스가 활짝 핀 모습.jpg

 

가을의 문턱에선 황금들녁.jpg

칼럼처서, 여름 더위 그치고 선선한 가을이 성큼  

 

오늘이 처서다. 태양의 황도(黃道)상의 위치로 정한 24절기 중 열네 번째 절기다, 가을 절기로는 입추 다음으로 오는 2번째다. 처서(處暑)는 입추(立秋)와 백로(白露) 사이에 든다. 태양이 황경 150도에 달한 시점으로 양력 823일 무렵(음력 715)이후에 든다. 처서(處暑)는 여름 더위가 가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의미로 '더위가 그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때쯤이면 코스모스도 활짝 펴고 들판은 황금물결로 변해간다.

흔히 처서는 땅에선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선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고 할 정도로 여름이 가고 가을이 드는 계절의 엄연한 순행을 드러내는 때이다. 이러한 자연의 미묘한 변화를 '고려사(高麗史)'50'()'4 () 선명력(宣明歷) ()에는 처서의 15일 간을 5일씩 3분해, 5일 간인 초후(初侯)에는 매가 새를 잡아 제를 지내고, 둘째 5일 간인 차후(次侯)에는 천지에 가을 기운이 돌며, 셋째 5일간인 말후에는 곡식이 익어간다.”라고 했다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한다. 예전에 부인과 선비들은 이무렵 여름 동안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음지(陰地)에 말리는 음건(陰乾)이나 햇볕에 말리는 포쇄[曝曬]를 했다.

아침저녁으로 신선한 기운을 느끼는 계절이기에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고 했다. 이 속담처럼 처서의 서늘함 때문에 파리, 모기의 극성도 사라지고, 귀뚜라미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또 이 무렵은 음력 715일 백중(百中)의 호미씻이[洗鋤宴]도 끝나는 시기여서 농사철 중에 비교적 한가한 때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정 칠월 건들 팔월이란 말도 한다. 어정거리면서 칠월을 보내고 건들거리며 팔월을 보낸다는 말이다.다른 때보다 그만큼 한가한 농사철이라는 의미를 재미있게 표현한 말이다.

처서 무렵의 날씨는 한해 농사의 풍흉(豊凶)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비록 가을의 기운이 왔다고는 하지만 햇살은 여전히 왕성해야 하고 날씨는 쾌청해야 한다. 처서 무렵이면 벼의 이삭이 패고, 이때 강한 햇살을 받아야만 벼가 성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한꺼번에 성한 것을 비유적으로 할 때 처서에 장벼(이삭이 팰 정도로 다 자란 벼) 패듯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처서 무렵의 벼가 얼마나 성장하는가를 잘 나타내는 속담이다.

농사의 풍흉에 대한 농부의 관심이 크기 때문에 처서의 날씨에 대한 관심도 컸고, 이에 따른 농점(農占)도 다양했다.

 처서에 비가 오면 독의 곡식도 준다고 했다. 처서에 오는 비를 처서비[處暑雨]’라고 하는데, 처서비에 십리에 천석 감한다.’라고 하거나 처서에 비가 오면 독 안의 든 쌀이 줄어든다.’고 했다. 처서에 비가 오면 그동안 잘 자라던 곡식도 흉작을 면치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맑은 바람과 왕성한 햇볕을 받아야만 나락이 입을 벌려 꽃을 올리고 나불거려야 하는데, 비가 내리면 나락에 빗물이 들어가고 결국 제대로 자라지 못해 썩기 때문이다. 이는 처서 무렵의 날씨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체득적(體得的)인 삶의 지혜가 반영된 말이다.

이 같은 관념은 전국적으로도 확인이 되고 있다. 경남 통영에서는 처서에 비가 오면 십리 천석을 감하고,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 백석을 감한다.’라고들 했다. 전북 부안과 청산에서는 처서날 비가 오면 큰 애기들이 울고 간다.’라고 했다. 예부터 부안과 청산은 대추농사로 유명한데, 대추가 맺히기 시작하는 처서를 전후해 비가 내리면 열매를 맺지 못하게 되고, 그만큼 혼사를 앞둔 큰 애기들의 혼수장만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처서비는 농사에 유익한 것이 못된다고 했다. 그러므로 처서 비를 몹시 꺼리고 이날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skcy21@ccnewslan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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